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불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밤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나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철인 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뭐든지 잘하고, 잘 참고, 자식이
원하는 걸 다 갖고 있고, 다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아무리 힘든
일도 다 해내고, 아무리 속을 썩여도 끄떡없고, 손톱이 문드러지고 발뒤꿈
치가 다 헤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도 우리와 똑같이 힘들고 배고
프고 속상해 한다는 걸 자식들은 늦게 깨닫는다. 엄마도 그래선 안되는 약
한 인가이라는 걸 엄마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닫는다. 엄마에게도 누
군가 필요하다는 걸. *

     -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