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이 지는 이 길을.....
        
        낙엽지는 이 길을, 나는 가지 못합니다.
        이 길 어딘가에서 기다릴, 눈가시 그리움 있어도 
        오돌오돌 떨며 통나무처럼 서 있습니다
        가을이어서 깨어난 
        쓸쓸이나 외로움이 흘린 눈물방울들이 혹시나 
        얼떨결에 내 발걸음에 놀라, 하나로 껴안다 사랑하게 되어 
        내 가슴에 영원히 주저앉는 건 좋습니다만
        
        햇살 고운 오후의 울긋불긋한 얼굴들..... 
        이루지 못한 아픈 사연들로 홍역 앓느라 
        열독(熱毒)을 못 이겨, 저리도 힘없이 떨어지는데 
        빈 가슴들은 그냥, 아름답다시면 
        몰랐다 하여도 무참히 놓는 걸음인다면
        잊혀지거나, 잊혀져가는 이별 뒤의 적막과 어둠이 
        모든 것들을 깨울까 두렵고 두려워서입니다
        
        낙엽이 지는 이 길을 나는, 가지 못합니다
        뻔히, 이룰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이루어질 것처럼 꼬드긴 가을이라고
        해마다, 이 계절에 풀어놓은 쓸쓸함이나 외로움들이 
        지난여름의 정열로 온전히 돌려놓으라고 
        온 가을 쫓아다니면..... 
        
        늦게, 겨우 움튼 그리움이 
        나에게서 
        가을을 덜컹 안고, 훌쩍 겨울로 가버릴까 
        아픔 느낄새 없이 가슴 절을 까 
        아니, 다음의 가을까지를 온전한 넋으로 남아 있어질까
        두렵고 두렵습니다 
        
        그래도 그리움에 대한 누구나의 종점
        영원할 안식처는 고독, 당신이기에
        언젠가는 건널 "레테의 강" 저편이 기다리고 있기에
        낙엽이 지는 이 길을 건느지 못하고, 차마
        젖어드는 눈 감으며 황홀이 야위어가고 있습니다
        아- 이제사
        봄의 그리움보다, 가을의 고독을 더 사모하는 걸 알았습니다
        
        
         05100710.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