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대 그리움으로 물들 때면/이채

창밖, 낙엽 지는 소리 들릴 때면 어느새 그대 곁으로 걸어가는 나를 발견해요 바람으로 스치우는 그대와 가로수 길 걷다 보면 고운 잎새들 빨갛게 노랗게 어깨 위로 나부껴요 한 잎 또 한 잎 하염없이 그렇게.. 어쩌면 날 닮아 애처로운 잎새야 너도 나처럼 누가 몹시 그리운 거니?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한 잎 주워들고 잎새 뒤에 새겨진 그리운 그대 모습 뜨거운 눈시울 고요히 젖어오면 줄기마다 눈물겨운 추억 얇게 드리워져 있어요 "사랑해" 라는 오래된 그 말도 흐린 기억으로 나즈막이 들려와요

가을, 그대 표정으로 물들 때면 서서히 그리움으로 깊어가는 나를 느껴요 정처 없이 흘러가는 흰구름처럼 누구를 싣고가는 조각배처럼 한 잎 또 한 잎 셀 수 없이 그렇게 꽃 진 가슴으로 낙엽이 흩어져요 오늘은 곁에 없는 그대와 가을을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