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집엘 들어오다 보면 복도부터 음식냄새가 날 심란하게 한다.
집안에 들어와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할 일을 다 하고 책상앞에 앉아 있노라면 솔솔~ 코끝을 파고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냄새가 문득 날 서럽게 한다.

우리집에서 이런 냄새를 맡아본지가 언제이던가.
사용하지 않아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라버린 씽크대,
냉장고안엔 생수병만 그득하다.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데...
지지고 볶으면서 우당탕 큰 소리도 내고
그래야 사는 맛이 나는데...

이건 뭐 절간보다 더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으니 내가 살겠냐고...ㅠㅠ
우리집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의도적으로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뿐 이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랑 샤워할 때 나는 물소리가 전부다.
내가 입열지 않으면 기침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집은 그야말로 죽은 집이다.

그래서 난 늘 밖으로 도는 버릇이 있다.
혼자가 되는 순간이 두려워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 한다.
엊그제는 북적대는 포차에서 술 한 병을 비우고 일어섰다.
남들은 떠들고 때론 큰 소리로 다투기도 하면서 어울릴 때
난 시간을 죽이는 힘든 실갱이를 하며 바닥도 보지 못하고 일어서
그 자리를 도망치듯 나오고 말았다.

이젠 절대 혼자 술집을 찾지 않겠노라 생각하며
올려다 본 하늘이 너무 높고 슬펐다.
낮엔 파랗던 하늘이 밤엔 암흑으로 내 머리위에 있었다.
이제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 보면서 살아야지.
내게도 하늘은 남들에게 있는 것 처럼 늘 있었던 것을 잊고 살았다.

누구집인지 가족이 아직 다 안 모였나?
김치찌개냄새는 여전히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