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 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