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임수하

계란을 닮아 계란꽃으로만 불렀지
개망초꽃이라는 학명이 있는줄은 몰랐네
꽃무늬 하늘거리며 원피스 입던
영희네서나 볼수 있었던 탐스런 계란을
사금파리 조각에 얹어
마음껏 먹게 해주었던 고마웠던 꽃이었는데
어찌 이리도 무심했을까..

뽑아도 뽑아도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나 잔디를 해치고
정갈한 담벼락 구석마다 피어나
그렇게도 성가시게 하더니
친구를 부르는 손짓임을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먼 곳에서 돌아와
이제야 너를 만나네
붉던 볼은 사라지고
계란부침을 맛있게 먹어주던 친구도 사라지고
멀리 산그늘을 헤매는 중년의 여인만이
홀로 서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