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사진을 찍었다/박남준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가 자폐가 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 갔으며 낡고 바래어 희미해졋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로 뚜렷해지던.
누가 등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 거다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2000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