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를 보며/마종기


남도의 한려수도나 해남 땅끝에 사는
또 남해의 보리암 밑 바다에 떠 있는
작고 많은 섬들이 대낮에도 부끄러워
넓은 구름 안개에 아랫몸 감추고
나무 고깔의 머리만 내밀고 있다.

이게 대체 몇 개나 되는 섬이냐 물으면
나요, 나요 하는 메아리 숫자만큼 많겠지만
낮은 소리로 네가 이쁘구나, 하면
흩어져 있던 섬들 어느새 다 알아듣고
안개 사이를 헤엄쳐 손잡기 시작하네.

아껴주고 보듬어주면 금세 어깨 기대는 섬.
더는 쓸쓸해하지 않는 섬이 손잡고 웃는다.
누가 깨우기 전까지는 모두들 조용하고 깊었다.
오늘에서야 서로 껴안고 춤추며 만든
온 바다 속을 채우는 해초와 물고기들.

처음에는 너도 나도 섬이었구나.
우리가 만나 서로 허물을 안아주면서
말의 물길을 통해 경계가 무너지는 섬.
모든 완성은 눈과 눈을 합친다.
모든 완성은 멀고 막막한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