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에 심는 나무
      
      
      나는 가을에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때를 놓친 게 아닙니다
      나의 가을나목(裸木)을 심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버금 가지 두어 개와
      그 버금 가지에서 다시, 무수한 이상(理想)이 자라나
      서른 해쯤 지나길 기다리렵니다
      누구나 부러운 아름드리 나무이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곧고 밝게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봄 여름을 수 없이 지나오는 동안 
      돋아나지 말았어야할, 없어도 좋을 많은 것들이 돋아났기에
      허황한 잎이며, 제멋대로 뻗은 가지
      울 담 아래를 지나
      다른 이의 가슴까지 뻗은 뿌리, 밑둥으로 잘라냈습니다
      그리고는, 평생의 회한(悔恨)과 환희(歡喜)도 함께 묻고
      그로 흘린 눈물로 
      흠뻑 물을 주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바라건데,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모두를 위하는 냉철(冷徹)한 이성(理性)으로 
      남은 한 가지는
      아픔이나 증오(憎惡) 없는 감성(感性)으로 돋아나 
      조화로운 이상(理想)을 펼치는 나무였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무수한 사랑의 이파리들로 그늘 넓어
      아이가 마음대로 뛰놀 수 있고
      그걸 바라보며 뜨개질하는 엄마가 있는 풍경이었으면 합니다  
      
      서른 해 정도면
      가을에 나무를 심은 이는 
      세상에 없거나, 있어도 심은 걸 기억도 못하게 될 테지요
      허지만, 
      회한(悔恨)의 의미는 뿌리에 남아 우리아이들에게도 전해지겠지요
      말 한마디
      글 한줄
      행동 하나하나 역지사지(易地思之).....
      그 슬기, 바람처럼 이세상을 고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0711.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