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오는 길은  /詩:김춘경





      나에게로 오는 길은

      그리 멀지도 않은 길이건만, 반평생을 걸어 온 것처럼 아득하다

      어디쯤이 정거장인지 눈시울이 뜨겁도록 돌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지난 시간 차마 다하지 못한 말들이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로 엉켜

      보기 싫은 얼룩처럼 눈물 젖은 창가로 번져 와도

      오늘따라 비내리는 차창 밖 풍경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내밀한 유리창에 닿은 손끝의 찬기만 요란하게 몸살을 앓는다



      나에게로 오는 길은

      그리 길지도 않은 길이건만, 오는 동안 흘린 것들이 많기도 하다

      그리운 것들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치마폭이 터지도록 싸가련만

      가버린 시간 차마 못 다한 말들이 '사랑한다', '보고싶다'는 말로 섞여

      버릴 수 없는 추억처럼 빗물되어 창가를 두드려도

      오늘따라 처음 입은 하늘거리는 치마가 하도 예뻐

      소중했던 그 모든 것들을 세찬 빗물에 적셔 담아 올 수가 없다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은

      하늘에서 길을 잃고 땅 위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빨리, 더 빨리, 젖은 가슴 부딪히며 스며 드는 빗물처럼

      마른땅으로 달려가고 싶어 목이 메이고 메이는,

      그저 멀지도 길지도 않은, 행복을 찾는 미명의 빗 길이었다



      - 사공 -






      ♪..너를 사랑하듯 비는 내리고 - 고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