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에 글/장 호걸 어찌 그리 바삐 잰 발걸음 옮길 때마다 변화를 부리는지? 여린 싹들이 눈을 비비고 나오자마자 환희는 잠시, 햇살이 멀어져가는 황혼빛엔 슬그머니 어둠이 놀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덮어두려는 운무마저 가만둘 리 없는 바람이 으깨어 와닿는 만큼이나 아프고, 가슴이 시려 오는 것을 보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일상의 눈으로 찾아든 것이 모질지 못하여 뭉개버리고 싶은 충동이 하늘로 흩어지고 마는 것을 언 땅 박차고 솟아나는 생명을 보아 왔기에 늘 가까이 있는 처 자식과 부모님, 다 갖추어 행복할 것만 같은 멀쩡한 공간으로 눈물이 난다. 손가락 끝에 머문 높은 하늘 갈색 되는 빛깔이 눈 속으로 오면 왜 슬퍼하고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지 모르는 체 저절로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