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포리 장터에 묻어둔 그리움

청하 권대욱

무명 치맛자락에 묻어온 장날 소식
서낭당 하늬바람이 지칠 때까지
장맞이 눈깔사탕 기다리는 꿈속 아이는
먼지꼬리 날리던 버스를 기다린다

자전거 짐받이에 앉아 자갈 신작로 지나고
똥 달구지 노새 풀장난도 지칠 즈음
빙글빙글 돌아가는 뻥튀기 달콤함과
터줏대감 엿장수 가위 장단은 헛군침만 맴돌더라

그날은 흰 고무신 한 켤레면 될 걸
철없던 닭똥눈물 앙탈은
누런 콧물 때 묻은 옷소매가 받아내 주고
서러움 뒤 가득 물려진 솜사탕은
잊힌 헌 보따리에 하 없이 담겨 있다

갯내음에 고이 잠들어 가던 그날처럼
월포리 장터에 묻어둔 아이의 긴 흔적 뭉텅이는
까만 별빛 되어 쏟아진다.

*월포리 :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마을.
*장맞이: 길목을 지키고 기다리다가 사람을 만나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