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고 너를 받아들이려니 / 미옥

어제 아침에 목욕탕에 갔었지요. 체중계에 환상적인 숫자가 표시되는 순간 아뿔싸! 오늘부터 당장 다이어트 들어가야지 야무지게 맘먹었더랬지요.

아침 식사대용으로 피자 한 조각, 점심은 청국장 백반, 저녁으론 6시 전에 간단히 요플레와 빵 한 조각으로 해결 하고 마지막 시험을 치르러 갔지요. 그런데 말 이예요, 마치 '너 다이어트 시작했니? 너는 다이어트와 어울리지 않아' 비꼬는 듯 기다리고 있는 불청객이 있지 뭐예요. 바로, 책 걸이! 닭튀김, 모시송편, 귤, 케이크, 특히 막걸리에 눈이 먼 나는 결국 의식을 잃고 무의식 속에서 자아를 찾고 말았지요. 그러니 다이어트는 태평양 바다 속으로 풍덩! 밤새 자리다툼하는 지방 때문에 퉁퉁 부은 볼 살, 허벅지, 엉덩이, 똥배, 손등, 발목, 종아리에 가장 치명적인 허리 살! 안 봐도 비디오죠? 또 다시 다이어트 시작이라고 외치고 출근을 했지요.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앞집에서 쌍 개업이 되었다나요. 돼지머리고기, 잡채, 팥떡, 회 무침. 그럴싸하게 한상 턱! 차려져 오지 않겠습니까. 유혹을 뿌리치려고 매번 눈길을 돌렸는데, 제가요, 그만 그 녀석들 꼬임에 넘어가고 말았지요.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 세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나만의 다이어트는 이렇게 매번 마음만 먹다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계획을 세우고 시작을 해 보았지만 끝장을 본다거나 만족한 결과를 얻는다든가 하는 일은 몇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건강이 나빠서, 아이 문제가 생겨서, 가정에 일이 있어서, 이유가 거머리처럼 찰싹 붙어 배가 터질 때까지 떨어지려 하지 않듯 모든 일이 쉽지만은 않고, 농이 곪아 터져 시간이 지나면 치료를 받더라도 흉터가 남듯이 우리는 늘 상처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여야 하는 이 시점에서, 깊은 반성을 합니다. 나는 또 하늘에 맹세까지 하면서 다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웁니다. 아! 그런데요. 요즘은 닭고기 값이 싸다던데...



                                                        2006.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