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등 사라진 바다에는
질식된 희망만이 출렁이고

출어를 포기한 어선들은 밤낮
부두를 베고 누워 빈혈을 앓고 있다

일몰을 털어내는 가로등 하나 숙면에서 깨어나면

선착장 담벼락에 피어나는 오렌지색 포장마차가
날개 잃은 부나비들을 불러 모으는 밤이다



사내-( 허기진 눈빛으로 포장집 안으로 들어서면.)
주인- 어서오세요, 물 좋은 안주꺼리, 많이많이 준비 되었습니다, 손님.

사내-물 좋은 안주라고?……쳇.......안주 먹을 돈 어디 있소,
소주 한 병하고 노가리 한 마리 구워 주소,
(의자에 허물어지듯 주저앉는다.)

주인- (안색을 바꾸며 혼잣말처럼) 아니, 장사도 안 되는데
노가리 찾는 손님들만 늘어나니 이 장사도 이젠 물간 생선이야,



세상에 물가지 않는 게 어디 있소,

물간 아비와 의붓자식들이
무지한 연금술로 엘도라도를 꿈꾸는 세상이니
세상은 온통 허황된 것뿐이지요.

주인-아무리 그렇지만......?
사내-술이란 씹을게 있어야 맛 나는 법,

일없고 돈 없어 속 터지는 민초들에겐
노가리 씹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허허.



한잔 더 하고 가자고, 딱 한 병씩만.......
(오렌지색 포장집이 꿈틀 하더니 여자 하나에 남자 둘 들어온다)

주인-문을 닫으려는데요, 손님.
사내1-아, 그러지 말고 딱 한 병만 주소, 오래있진 않을 거요,

주인-(망설이다가 묘책을 발견한 듯) 안주는 뭘 로 드릴까요?
사내2-간단하게 오뎅국에 노가리 두어 마리 구워 주소,



한치 홍합도 일미지...

노가리굽는 소리 발맞추어 주적주적 걸어가
곱게 늙은 주인

손님 의자에 앉아 소주잔 기울이는
포장마차 안에 마주 앉아

화려한 지난 이야기나
고개 돌린 여인의 이야기에
밤은
점점 깊어가고
.


소주병소리 울어대는 오렌지색 포장마차의 새벽,
지친영혼들이
젖은 시계(視界)너머로
일출을 기다리고

홀 구석구석에는
밤새 난도당한
노가리의
잔해들이
일간신문 헤드라인으로
지난밤의 아픔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