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캐는 날 / 우먼

아들 녀석과 친구들이 일을 거듭니다. 녀석들이 제법 일을 잘 합니다. 감자 줄기를 뽑을 때마다 주렁주렁 감자가 따라 올라오네요. 배 불룩한 이랑에서는 매끈하고 덩실한 감자가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그것 참! 그놈 잘 생겼다.”라고 말하면 아들 녀석들이 히죽히죽 웃습니다.

이 때, 친정엄마가 한 말씀 더 보탭니다.

"아들들, 이렇게 크고 토실한 잘 생긴 감자를 얻으려면 옥토이어야 헌다."
"모름지기 니그들도 좋은 짝을 만나야 이쁘고 잘 생긴 새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여!"
"씨가 부실혀도 안되고, 땅이 허술혀도 안 되야, 둘다 좋아야 허는벱이여"
"니그들도 좋은 씨 시물라믄 정신 차리고 공부혀"
"그래야 이 감자처럼 떡 두꺼비 같은 새끼들 볼것잉께"
"아무데나 힘쓰지 말고.. 알았는가. 핵교공부 신나게 허고..."

녀석들이 처음엔 무슨 말인가 허더니 얼굴이 빨개집니다.

올 해는 감자 값이 좋다고 합니다. 막걸리 잔 돌리는 어르신들의 손등이 고래심줄입니다. 고집처럼 질긴 인연은 그들의 자연입니다. 흙을 닮았습니다. 검게 그을린 잿빛 얼굴에서 벌건 웃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