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빈지게/김형태


내가 태어난 시골집 외양간 옆

아버지의 빈 지게가 우두커니 앉아있다.

금방이라도 아버지의 등에 업혀

불끈 일어설 것 같은 지게...

나는 한번도 아버지 등에 업혀보지 못했는데

너는 평생을 아버지 등에 업혀 살았구나

아버지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 것일까?

너의 어디가 좋아 그렇게 노상 업고 다녔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너를 업어본다.

그러나 네 무게에 짓눌려 일어날 수가 없구나

아버지의 땀방울을 가득 짊어진 너

너는 결코 빈 지게가 아니었구나!



-200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