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김소월


어둑한 퍼스럿한 하늘 아래서
회색의 지붕들은 번쩍어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 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이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 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아래 얼어 붙누나
눈물에 싸여 오는 모든 기억은
피흘린 상처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 난 아기 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靈) 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는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 시집 "素月의 名時"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