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닢 내음 좋은 날,
가을 하도 깊은 날

햇살 따라 산모롱이 돌면

울도 담도 없는 마당, 넘치는
시원한 내음

열 두어살도 더 먹었다는 흰둥이가 먼저 반기는
댓돌위, 
반짝이는 고무신 한 켤레

 

넉넉히 물을 끓이겠네
끓는 동안
얼굴이나 함 봄세
봄 따라 왔구만,
가을 찾아 왔구만...
줄 거라곤 이거 뿐이네
허허허허


하늘빛 웃음소리 하늘로 잦아들더니
흰둥이도 주인따라 갔다는, 겨울 지나
빈 댓돌.
영산홍만 저리 붉어
그림자 길어지도록 먼지 삭은 마루에 앉아 ......  
2006/08 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