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비 그치면 *


계절감각을 잊고 지낸 사이
방치해둔 마음 곁으로 고개 내민
미풍의 살폿함이 잠시 스친 듯 하더니
끝나지 않은 겨울솔깃 틈새로 비가 내립니다.

봄비라 하기엔 성급함을 내세운
어리럼증이 저 혼자 비틀거리고
겨울비라 하기엔 둥지튼 고집에
왠지 안스러움으로 위태로와 보입니다.

그래서 2월의 옷장엔 손길이 잦고
마음마저 겨울 속의 봄, 봄 속의 겨울처럼
한 곳에 발 딛지 못한 처연함으로
하릴없는 일탈만 거듭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기억 속에 멀어질 겨울을 정리하며
그 길고 지루했던 그리움도 켜켜히 개어
깊고 진하게 곰삭아 다시 꺼내어 볼 때
가슴 벅찬 그대 자취 흔연했으면 합니다.

이 비 그치면 아마,
잠시 회한의 눈빛 사이 비집고 
느긋한 봄의 전령 속의 그대가
노란 향기 속에 가득 머무를 것입니다.

  ♪ Evening Ball - Sheila 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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