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무수겁으로 숙세에 지은 업력으로 인하여 육도 윤회 중에서나마 악도에서 벗어나 선지식과 인연 맺기 어렵다는 것을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중생이 악도를 벗어나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다. 이미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남자로 태어나 육근을 완전히 갖추기가 어렵다. 이미 육근을 완전히 갖추어도, 큰 나라에 태어나 도를 알기 어렵고, 이미 도를 알더라도 신심을 일으키기 어렵다. 이미 신심을 일으켰더라도 보리심을 일으키기가 어렵고, 이미 보리심을 일으켰더라도 무수(無修)무증(無證)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사람으로 태어나 좋은 인연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깊이 명심하고 정인정보를 얻기위해 지극한 의지를 일으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생에서 현생에 이르도록 선지식을 애써 구하지 않고 듣고 배우기를 게을리하여 지혜가 부족하고 박복한 중생에게는 부처라 하더라도 제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니, 아함경에 보면 이와 같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부처님께서 평상시와 같이 아난존자와 함께 마을로 걸식을 나가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설법을 하셨는데 그 날도 길에서 한 노파를 만났으나 그 날만은 아무런 설법도 없이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부처님을 뒤따라 가던 아난존자가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하며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항상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설법을 하셨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설법을 하시지 안고 그냥 지나치십니까?" "아난아! 과거 숙세로 부터 현생에 이르도록 선지식을 찾아 듣고 배우기를 구하지 않고 설사 선지식을 만나더라도 자만심을 내어 선지식을 공경치 않고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달지 못하여 악행을 지은바 선근공덕이 없어서 선지식과의 인연이 없는 사람은 부처가 옆에 있어도 부처의 법을 듣지 못하는 것이니라" 그러시면서 부처님은 그 노파의 얼굴 앞에 가 서 보았으나, 그 노파는 부처님을 등지고 돌아 서 버렸다. 이렇게 부처님이 동쪽에 서면 노파는 서쪽을 바라보고, 부처님께서 서쪽에 서 계시면 노파는 남쪽을 보고, 남쪽에 서면 북쪽을 보는 것이었다. "아난아! 이렇게 올바른 스승을 찾아 지혜를 닦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를 스스로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부처라 하더라도 어쩔 수 가 없는 것이니라"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 어떤 복덕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선지식을 찾아 지혜를 닦는 것 보다 더 수승한 복덕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금강경에서는 "다만 사구게 만이라도 수지 독송하며 남을 위해 설한다면 삼천대천 세계에 금은보화로 가득 채운 보시의 복덕보다 더 큰 복덕이 있는 것이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이 세상의 금은보화가 아무리 많아도 언젠가는 다하는 날이 있겠지만 지혜로 말미암아 해탈경지에 이르면 영원히 나고 죽는 생멸의 세계에서 벗어나 상낙아정의 묘각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같이 우리가 상락아정의 묘각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깨달음을 완성한자나 깨달음에 대해 많이 듣고 공부한 선지식을 구하여 지혜를 닦아 수행하는 일 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귀한 인연" 이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지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운명으로 이미 결정된 것도 아니며, 다른 어떤 절대자로 부터 부여된 것도 아님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무상품無常品 21章 > 무심지덕경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