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의 찻잔

    언제 나를 위해 예쁜 접시 받쳐 보았나? 뜨거운 물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차 알갱이를 보면 나도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급히 마시다가 입술 데이고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 버리는 찻잔을 저으면 왜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이는지..
    오늘 마흔 살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내 생일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식구들 벗고 나간 허물을 바라보니 앞니 빠져 못 웃는 작은 아이, 여드름이 속상한 큰아이,
    감원 바람에 어깨 시린 남편 그 얼굴 하나씩 찻잔에 어른거려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마실까? 쓴맛이 없었던들
    달콤한 맛을 어떻게 알리...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거울 앞 내모습은 왜 이리 초라한지 주머니 가볍고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지..
    마흔 살 생일에 차 한잔, 내 삶의 향기 지키며 산다.
    [3백원의 행복]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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