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의 「장미꽃을 든 여인」 / 강경우

강 건너를 보는 듯 눈망울
그 콧날 곧은길을 달려서 내려서면
나비와 꽃 송이송이  
까만 드레스.
노루목 길게 가시에 피운 꽃을 들고 서서
마그마인 듯 꼭 다문 입술
초조하다.

언제까지 서 있을까, 저 눈빛
두 줄 철로를 따라 달리면 꼭짓점 까맣게
풍경도 사라져 없는 허공.
님이라 하오시면
저 죽어도 한없을 듯 가슴, 접시꽃을 피우며
접시꽃 길가에 망연히 서 있을 여인.

분노와 열정이 산 같아야 동굴 속
천정을 뚫을 것 같은  
그 손가락 끝 침묵 속에서  
수정 빛 물방울
맺히면
動!
動! 떨어져
피아노 건반 하얗게 흔들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