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追憶)에 대한 묵념(默念)

    당신도 비 오는 밤엔 혼자인가요 모락이는 차 한 잔 놓고 나면 밤 비 내리는 가로등 아래 수정(修正)하지 않은 초상화(肖像畵) 하나 쯤은 서 있나요 못이기는 척 만나는 봐야지요 어느 세월만큼 돌아가 마주하였나요? 그냥, 눈물이 흐르던가요 누구를 위한 무슨 의미의 눈물이던가요 함께 즐겨들었던 음악은 흐르던가요 누군가, 낮 술에 취해 혼자 울다 잠든 모습도 보이던가요 지구는, 사람으로 가득 찬 무인도 나의 사람은 없읍니다 축은히 보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나를 확인시켜주는 건 거리의 타인과 싸늘히 식어버린 찻잔 뿐..... 비 오는 날이면 사람냄새가 그립습니다 바람 부는 날에는 사람소리 찾아 헤맵니다 잠자리에 들어 불을 끄고 나면 체온이 그립습니다 땀으로 범벅이게 탈진(脫盡)한 심장에게서 이시간, 이대로 멈추기를 속삭이던 고동(鼓動)이 너무도 사무칩니다 쇼윈도우 조명 아니라도 웨딩 드레스는 저렇게 고운데..... 진저리치도록 오늘 하루도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저물어 버렸습니다 추억(追憶)을 풀지 못하는 내 청춘도 결국, 아무 일 없이 저물어 줄까요? 03060707. 邨 夫 Ad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