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멸종 씨앗들 미국이 챙겨 되돌려 준다니
 
우리 땅에선 滅種멸종돼 사라져버린 재래종 콩·팥·들깨·고추·배추 등 우리 土種토종 농작물 씨앗 34종 1679점이 미국에서 돌아온다.
이 씨앗들은 미국이 대한제국 때부터 한국에서 근무한 외교관과 미국 민간인을 통해 채취했던 것으로 농촌진흥청이 우리 땅에서 멸종된 한반도 原産원산 遺傳유전자원을 다시 復元복원하기 위해 미국 농업연구청에 요청해서 되돌아오게 된 것이다.

한반도엔 4000여종의 식물이 自生자생하고 있다.
기후가 暖帶난대부터 寒帶한대까지 걸쳐 있어 좁은 땅에 비해 식물이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대한제국 때부터 한국에 진출한 列强열강들이 한반도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채취하기 시작했고,
日帝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은 종자가 흘러나갔다.

이렇게 나간 우리 종자가 품종 개량을 거쳐 세계적 상품이 되고 거꾸로 우리가 逆역수입한 사례가 한둘 아니다.
원산지가 한반도와 만주인 콩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풍토에 맞게 개량돼 세계적 상품이 됐고,
미국은 세계적 콩 수출국이 됐다. 미국에 있는 한반도 종자 6000여점 중에 콩이 3500점이나 될 정도로 미국은 우리 콩 수집에 열심이었다.

1960년대 말 인도와 파키스탄을 굶주림에서 구해낸 녹색혁명의 주역 ‘소노라’ 밀의 祖上조상도 한국 토종 밀이다.
일본이 우리 ‘앉은뱅이밀’을 가져가 ‘달마’와 ‘후루츠달마’ 같은 신품종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다시 멕시코 국제밀·옥수수연구소로 넘어가 ‘소노라’로 개량돼 나온 것이다.
라일락 품종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미스킴 라일락’도 1947년 美미 군정청 학자가 북한산의 정향나무 씨앗을 가져가 개량한 것이고,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 있는 구상나무 역시 20세기 초 유럽으로 유출된 우리 토종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해외에서 들여온 多다수확 품종만 키우다 토종 종자가 사라지는 것도 몰랐다.
원추리, 나리, 옥잠화 같은 야생화가 서구에서 원예종으로 개량돼 비싸게 팔리는 것도 알지 못했다.
지난달에야 정부 승인 없이는 농업용 씨앗을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나왔을 정도다.

나라가 先進化선진화한다는 것은 바로 남보다 앞서 이런 데로 눈을 돌릴 줄 아는 것이다.
 미국서 돌아오는 토종 씨앗은 아픈 각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조선일보)
     
     
    ♬~ La Reine De Saba 시바(사바)의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