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난 길/ 황희순
              바람은 소리가 없다 누군가 만났을 때 비로소 소리가 된다 소나무를 만나면 솔바람 소리가 되고 풍경을 만나면 풍경 소리가 된다 큰 구멍을 만나면 큰 소리가 되고 작은 구멍을 만나면 작은 소리가 된다 아이가 찢고 나간 내 가슴은 바람이 없어도 소리가 난다 그곳엔 아예 길이 나 있어 아버지도 그 길로 가고 친구도 그 길로 갔다 오는 길 없는, 피딱지 엉겨 붙은 내가 그린 그 길엔 바람 없이도 늘 소리가 난다 [M/ 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