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창 밖에

청하 권대욱

초점 없는 눈동자가 바라보는
세상마저도 흔들림이 없건만
그저 나 혼자서 흔들리는
작은 겨울나무의 가지가 되어버린다

달력의 끝자락에서
나는 가노라 말도 없는 날
미련스럽게 무서리가 내리고
그냥 가는 길, 그 길
황도는 225도

팽나무 그루터기 높았던 날은 예전
명년 봄의 노래까지 욕심을 내려나

그대 찾아온 길목엔 까치밥 달랑 두 알
한 개만 더 있다면 더 길지는 않을 겨울

파르르 떨며 춤추는 어색함
헝클어진 소녀의 머리카락
저 빈 나무에 걸린 별이 세 개
이 모든 것들에도 따사로움을

그리고
나의 그리움으로 그대 긴 울음을 녹인 날
님의 치맛자락 언제 훈향이 돌았던가

세상의 끝이 여기인걸
동짓날 긴 밤 촌로 천식 끓는 소리
그러고 보면
고통스러운 겨울의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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