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버리고 간 것들

바람에 쓸리는 낙엽들
달랑달랑 서러운 가랑잎
곤충의 껍질
나뒹구는 은행들
도토리 줍는 다람쥐
또, 못다 내린 가녀린 빗방울
마지막 꽃잎에 힘 없는 나비와 벌들
높 하늘에 낙오된 구름 한 점
맥 빠진 날갯짓 고추잠자리
우주열차를 타고 떠나가는 계절
그리고, 더위가 버린 찬 것들
푸른색이 버린 노란 것들
조용히 옷을 벗는 나무들
계절이 열심히 살다 간 흔적
또 흔적 위에 씌워지는 나의 흔적들
지워질 듯 말 듯 가물가물한데,
나는 이 가을에 무엇을 버려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