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가 아침에 일어나 아프지 않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발레리나 문훈숙의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본다.

 

  살아온 시간에 상처가 없다면 살지 않ㅇㄴ 거나 다름없다고.

 

 

  얼어붙은 거리에 신발 한 짝이 떨어져 있다. 그것도 멀쩡한 남자 구두가 한 짝만 떨어져 있다. 이 추운 날, 그 사람은 한쪽 구두를 잃어버리고 어떻게 걸어갔을까? 한 생애에 새겨진 모진 문신처럼 버려진 신발 한 짝이 아프게 박힌다. 그 신발 한 짝이 어디 그만의 것이랴!

 

  '발레리나가 아침에 일어나 아프지 않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

 

  발레리나 문훈숙의 말을 기억한다. 토슈즈 안에서 발이 멍들고 발톱이 빠져도 눈부신 발레복을 입고 무대 위를 날아다녀야 하는 발레리나처럼, 매일 아침 통증으로 고생하는 발레리나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본다. 이별하고도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면 사랑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노력하지 않고도 얻길 바란다면 배우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쓰러진 사람을 일으킨 적이 없다면 감옥에 갇혀 혼자 사는 거나 다름없다. 살아온 시간에 상처가 없다면 살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붇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