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사람과는 밥 먹지 마라, 이런 책 제목을 본 기억이 납니다. 요즘 가장 매력 있는 사람은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썰렁한 분위기도 반전시킬 수 있는 재치 있는 사람, 화난 사람이나 슬픈 사람도 금방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는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이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힌다고도 합니다.

   과학자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용돈이 궁해지면 그림을 그려서 내다 팔 정도로 뛰어나 미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발레단의 공연에 드럼연주자로 참여할 정도의 음악적 실력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장난삼아 일급비밀이 든 캐비닛을 10분 만에 열어서 ‘금고털이’라는 별명도 가졌던 인물, 독심술을 익혀서 이따금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고 심지어 외모까지도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던 과학자. 핵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입니다.

   파인만은 어린 시절부터 집의 지하실에 작업실을 차려 놓고 온 동네의 고장 난 라디오와 타자기를 고쳐 주었습니다. 파인만이 유일하게 집착했던 일은 퍼즐을 푸는 일이었다고 하네요. 역시 천재답습니다.

   가볍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삶을 부드럽게 만들 줄로 알았던 파인만을 생각하면, 한 사람에게 이토록 많은 재능을 주었다는 것이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파인만이 그렇게 많은 재능을 여러 방면에서 발휘한 것은 아마도 자신의 연구가 품고 있는 무거움을 이기는 방식이 아니었을까요?

   행복해지는 아주 쉽고도 어려운 방법은 ‘무거운 것을 가볍게 여기는 것’에 있습니다. 어려운 물리학을 강의하다가 학생들을 위해 이따금 봉고 연주를 들려주었다는 친절한 파인만 씨처럼 말이지요.

글출처 :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pap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