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배우러 다니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몸치에다 춤에 대한 편견도 깊었기 때문이지요.

   그가 ‘라인댄스’라는 걸 배우게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습니다. 아내는 어머니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걱정했죠. 통 방에서 나오시질 않고, 산책을 하자고 권유해도 싫다고 하시고, 자꾸만 누우려 하셔서 걱정된다고.

   아내와 상의한 끝에 그는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라인댄스 저녁반에 등록했습니다. 어머니 혼자는 절대 가실 리가 없고, 며느리도 어머니를 움직이기 힘드니 그가 퇴근하자마자 일찍 집에 가서 일주일에 두 번 어머니와 함께 라인댄스를 배워보기로 한 것입니다.

   주민자치 센터에서 등록을 받던 분은 “딸이 어머니 모시고 오는 것은 봤어도 아들이 어머니 모시고 오는 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습니다.

   첫 수업 시간에 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라곤 그 혼자였고, 노인도 어머니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라인댄스를 배울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와 어머니를 환영해 주었죠.

   줄을 맞춰 배운 동작을 반복하고 연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단 어머니를 신경 써야 했고, 평생 춤이라고는 춰본 적 없는 뻣뻣한 자기 몸을 움직여야 했으니 땀이 흠뻑 날 정도로 힘들었죠. 첫날은 어디서 심하게 맞고 온 사람처럼 끙끙거리며 앓았습니다.

   대신 어머니 모습은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두 번째 수업을 다녀온 뒤에 어머니는 혼자 복습하셨고, 네 번째 수업을 다녀온 오늘은 함께 동작을 맞춰보자고 하셨죠.

   거실에서 춤을 추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본 아이들이 자신들도 배우고 싶다고 나섰습니다. 아내가 그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져서 어머니를 꼭 안아드렸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시작한 일이
가족 모두를 연결해주는
끈이 되었다는 것이 좋았고,
어머니가 밝은 표정을 찾아가시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선택은 어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올해 목표를 ‘어머니와 춤바람이 나는 일’로 정했습니다. 자주 어머니와 함께 춤을 추고, 아직 어린 둘째를 발등 위에 올려놓고 춤을 추고, 머리로만 살아왔던 자기 삶에 몸의 소중함도 들여놓고, 움직이고 함께 하면서 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일은 언제나 자신에게 더 좋은 일이었습니다.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