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는 어른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웃음은 남아 있고, 어른들의 눈물은 들킬 염려가 적은 곳, 거기 왜 갔었냐고 누가 물으면 ‘그냥,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고 대답하면 되는 안전한 은신처다.

   저녁 산책길, 어린이 놀이터를 지난다. 저녁의 어린이 놀이터는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그곳에 혼자 앉아 있는 어른들을 자주 발견한다. 혼자서는 시소를 탈 수는 없으므로, 그들은 대체로 그네에 앉아 있다. 그네를 타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흔들리는 마음을 그네 위에 얹어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마음이 내 것처럼 헤아려진다. 나도 당신처럼 어른이 된 뒤에 어린이 놀이터에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즐거워서 간 것이 아니라 어디 마음을 기댈 곳이 없어서, 눈물을 삼키려, 한숨을 삼키러 갔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놀이터는 어른들의 위해서 만들어졌다. 무대의 뒤편처럼, 수틀의 뒷면처럼, 커튼의 뒷자락처럼 허술하고 아픈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기 위한 은신처. 아이들의 웃음은 남아 있고, 어른의 눈물은 들킬 염려가 적은 곳, 누가 거길 왜 갔었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고 대답하면 되는 안전한 은신처.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