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작하던 날
글/장 호걸

 

유년이라는 것은
한 번쯤 되돌아가고픈
콧물을 소매 끝으로 쓱 닦아내던
이 가을을 열면 있겠다
증조할아버님, 할아버님과 할머니
삼촌, 고모, 부모님, 동생
한집에 살았다.
이른 새벽
할아버님의 엄한 말씀은
들녘에 널어 놓은 콩 타작을 하자 시며
마루 밑에 간직해온 도리깨를
찾아 놓으라 하신다.

삼촌은 경운기 시동을 걸어 놓고
어느새 아버지는 대문이랑 구멍마다
비닐과 멍석으로 막아 놓으신다.
경운기에다 실어온 콩을 펼쳐 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알 콩들이 올망졸망 시방도 더러 걸어나와
잘 여문 놈은 제일 먼저 껍질을 벗고
도리깨를 멈추게 한다.
할아버님의 말씀, 살살하거라
밭고랑 사이 심어놓은 콩
주마등 같이 나부끼고
꿈꾸던 가을이
지금도 살갗에 스치는
감촉이 상쾌하다
새들이 풍요를 헤쳐도
그 아비는 나누자는
허 이, 허 이
외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