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이젠 왜 기다림이 목이 긴지 알겠다

  기다림은 평생을

  가슴에 꺼질 듯 시린 촛불을 켜고

  초람함이 성긴 가슴으로

  깊은 수면을 맴돌고

  서러운 길을 간다는 것을

 

  사랑은 목이 짧아

  짧은 목으로 사랑하기에

  벚꽃처럼 만개하고 빨리 낙화하여

  너울너울 흘러간다는 것을

 

  아픈 일이다

  고독한 일이고

  외로움 주야 불망 한 일이다

  그러기에 못 마시는 술을 마시고

  취하니 기분은 그럴듯한데

  눈에서는 그저 눈물이 흐른다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결코, 잘난 사랑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에

  가지려고 욕심 한 굴절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사랑했음이로다

 

  사랑의 시간은 짧고

  기다림의 시간은 끝이 없이

  죽는 날까지 가야하는 고행이라서

  사랑은 목이 짧고

  기다림은 아주 목이 길다

 

  - 고은영 시인의 시,  "짧은 사랑과 긴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