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수집 - 문태준(1970~ )


평상이 있는 국수집에 갔다
붐비는 국수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 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일을 손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갑남을녀, 장삼이사가 평상에 마주 앉아 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안부를 묻는다. 쯧쯧쯧쯧에 이어 후루룩 면발 삼키는 소리. 혀차는 소리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짧은 말’이라면, 국수 삼키는 소리는 개별적 삶을 위한 ‘깊은 말’이다. 평상에서는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먹는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