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이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들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