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 장성우

가을 참회 기도 / 새빛 장성우


엎드려 동전을 달라고
떨어진 옷에 두 손을 내미는 당신을
거짓이라고 긍휼을 베풀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자비심 없는 마음을 용서하소서

 

전철에서 눈먼 사람이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갈 때
전철 관리인은 왜 저런 사람을 태워
시끄럽게 하나 원망한 것을 용서하소서

 

도움을 청하는 당신에게
내 일처럼 귀 기우려 듣지 않고
건성으로 들으며, 성의있게 듣지 못하여
싸늘한 몰인정에 상처받은 당신이여, 용서하소서

 

그들도 사랑받아야 하기에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것을
못내 못마땅해하며, 내 생각대로만 싫어한 것을,

지금까지 내가 도움받은 일을 생각하면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감사할 일이 많은데,
감사보다는 불평을, 베풂보다는 원망을
냉정한 눈으로 질시하며, 지난 것을 용서하소서

 

내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 허물만
비난하면서 용서하지 못한 것을,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에 실망하고
웃어야 할 자리에서 웃지 못하고
따뜻하게 대화해야 할 자리에서
사랑하지 못한 것을 당신이여,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