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어휘(語彙)

 

 

/이승훈

 



그는
의식의 가장 어두운 헛간에
부는 바람이다

당나귀가 돌아오는
호밀밭에선
한 되 가량의 달빛이 익는다

한 되 가량의 달빛이
기울어진 헛간을 물들인다
안 보이던 시간이
총에 맞아
떨어지는 새의 머리인 것을

보았다, 그때 나는
가느다란 배암이 되어
신의 헛간을 빠져나가고

오 빠져나가고,
나는 손이 없는 손으로 어루만졌다
안 보이던 시간이
울고 있었다.
(현대문학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