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섰어.
지척도 분간하기 힘든 짙은 어둠을 뚫고 얼마를 달렸을까.
눈에 익은 도로를 한참을 달리다가 아니다 싶어 되짚어
유턴을 했고 또 그렇게 긴 시간을 달렸어.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없었지만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양 쉬지않고 속도를 냈고
정신을 챙겨 바라 본 풍경은 아름다웠어.
갓 길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담배에 불을 붙여 물었어.

불어오는 바닷 바람에 담배는 애써 피우지 않아도 금새
재로 변해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난 다시 새 담배에
라이터를 들이댔고 그렇게 한 10여 분이 흘렀나?
갑자기 어깨가, 온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추위 때문이라 생각했어.
정말 그런 줄 알았어.
눈에서 흐르는 건 새벽 이슬이라며 웃으려 했어.
그랬는데,
그랬는데 멈춰지질 않았어.

눈물이란 걸 알고나니 쭈그려 버티고 있던 다리에
힘이 풀렸고 난 그대로 주저앉아 웃었어.
웃음소리는 점차 울음으로 바뀌었고 아무도 없는
동해안 바닷가에서 꺼이꺼이 설움을 토해냈어.
아무도 없었기에 맘놓고 소리내어 울음을 뱉어냈어.

일렁이는 바다를 앞에 두고 두 다리를 뻗어 가장 편한
자세로 오래도록 울고 또 울었어.
머리 위에서 갈매기가 끼룩대며 공회전을 하듯
새벽 잠을 깨운 내게 시비를 걸어도 개의치 않고
꼭 울어야 사는 사람처럼, 이 순간을 놓치면 절대
다시는 울지 못하는 사람처럼 진짜 서럽게 울었어.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바다 저편에서 붉은 아니, 조금은 주황빛으로 보이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어.
울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조용히 바다를 바라봤어.

천천히, 아주 느리게 바다를 뚫고 하늘 길을 열며
솟아 오르는 일출은 장관이었어.
가끔 갈매기가 사선을 그으며 그 앞을 지나치니 아주
멋진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더라구~

눈물범벅으로 젖어있던 얼굴도 찬 바닷 바람에 말랐고
난 마치 일출을 맞으러 나온 여행객인 듯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그 멋진 모습에 넋을 빼앗겼어.
울어야 했던 이유도 잊은 채...

그러면서 알았어.
해도 뜨고 지는데, 저렇게 뜨겁고 거대한 해도 밤이면
쉬었다 다시 오는데 난 왜 늘 옆에 누군가를
보내지 못하고 잡고 있었는지...
버리면, 놔 버리면 다시 오는데 난 왜 몰랐을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며 그렇게
잘도 이야기 하면서 왜 자신은 예외로 두려 했는지...
지금은 바닷가 한복판에 있으니 걸어 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서야 한다.
그것을 지우려 움직이면 움직인 만큼의 흔적이
다시 남을 것이고 지우기 위해 난 또 걷겠지.

그래,
그렇게 사는 거였어.
생각을, 마음을 바꾸면 아무것도 아닐 수는 없지만
아픔의 깊이는 훨씬 줄일 수 있겠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고통은 혼자만의 것일 테니
이제부터 너 혼자 해라.
그건...
너 밖에 할 수 없는 너 혼자만의 일이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