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紅柿)

       

      무릉도원 초가집 담가에

      나목의 앙상한 가지마다

      만삭 여인이 힘겹게 지탱하듯

      홍시를 주렁주렁 가슴에 품고

       

      그 산고의 감내(堪耐)로

      무성했던 푸른 잎은

      단풍으로 머리를 풀고

      주홍빚 혼을 엮어

      빈손으로 털고 가자고

       

      인심 좋은 주인님

      까치밥 남겨주는

      정겹고 넉넉한 그 마음에

      한세상 꿈을 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하려는가?

       

      가을 하늘 붉은 태양처럼

      밤엔 노란 꿈. 달님처럼

      고즈넉하게 떠있는 샛별이여

      자비의 보시(布施)이어라

       

                      시인 김효태 시집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