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 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파 도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 바다의 글라스여 아 여기 누가 가슴들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아 여기 누가 성보다 깨끗한 짐승들을 몰고 오나 저무는 도시와 병든 땅엔 머언 수평선을 그어 두고 오오오오 기쁨에 사나운 짐승들을 누가 이리로 몰고 오나 아 여기 누가 죽음 위에 우리의 꽃을 피게 하나 얼음과 불꽃 사이 영원과 깜짝할 사이 죽음의 깊은 이랑과 이랑을 따라 물에 젖은 라일락의 향기 저 파도의 꽃 떨기를 칠월의 한때 누가 피게 하나 절대 고독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는 지각-행복의 얼굴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김현승 (金顯承 1913∼1975) 1913 2월 28일 전남 광주시 양림동 출생. 평양 숭실중학 졸업 1934 숭실전문 재학중 교지에 투고했던 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때 당신들>이 양주동의 천거로 동아일보에 발표 1937 숭실전문학교 문과 졸업 1951 광주 조선문리대 졸업 1955 한국 문학가협회 중앙위원 한국 문학가협회 상임위원 역임 1960 숭전대 문리대 교수 1975 사망 ♬Talking Drums (Ariel K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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