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면
글/ 장 호걸

내 눈 속에 담긴
깜장 고무신,
묵묵히 지키고 서있는
동상 같은 기억,

기다림이 아니어도
기다림으로 오는 계절처럼
내 가슴에 담겨,
썩어 가는 갈색 무덤가에는
분홍빛 수줍음이여!
이름 모를 잡초들의
푸른 행진이여!

세월 뒤꼍에 꼭꼭 숨어
술래잡기라도 하려나
찾지 못한다고
그만 나와도 좋으련만,

영원히 술래인
나에게 쌓인 몸 짖은,
연분홍 설렘은,
또 그렇게 스러지는 꽃잎의
아픔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