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널고 싶어라/ 詩 대안 박장락


연분홍 벚꽃 피는 날에는
습기 찬 주머니 속 수북한 그리움
빨래집게로 하나둘씩 집어서
잔가지가 휘어지도록 널고 싶어라

검버섯처럼 돋아난
만신창이 된 내 그리움을
표백제로 하얗게 탈색하여
빨랫줄이 휘도록 늘어 버릴 수는 없는 걸까

봄 바람에 허리 간들거리는 하늘엔
한가로이 어깨 춤추는
노랑나비 한 마리 내 마음처럼
저녁놀 위로 곤두박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