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박임숙

꽃이 피면 핀다고
지면 진다고 말을 하드냐?
슬픈 기억도 그처럼
예고 없이

흠뻑 적셔 놓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소나기 같다.

멀쩡하게 지내다가도
밀려오는 상념은
잔뜩 벼린 칼로 가슴을
난도질해

눈물로 흠뻑 적셔놓고
멀쩡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하늘처럼

기억은
유통기한이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