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박임숙

풋내나던 첫사랑
연분홍 화관무 씌워주던
유년의 풋풋한 추억

비 갠 후
어두운 숲 속에서
어둠을 끌어다 죽여 달아놓은
숯불 같은 꽃등

몇 번의 계절을 보내고도
늘 같은 얼굴로
발길 멈추게 한 여여함.

시난고난 시절가고
화학비료 쓰기 시작한 즈음
사라져버린 자운영꽃

붉은 꽃 주위로
펼쳐지던 나비들의 군무는
아련한 유년의 가슴속
연분홍 꽃 구름 되어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