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노래

청하 권대욱

하늘타리가 살포시 내려앉은 담장가에는
접시꽃이 남사스러워 고이 피어있다.
산 너머 머언 그 길을 바라보면서
서방님 장 마중 나가듯 오늘도 발돋움한다.
그리 많은 세월을 어떻게 보냈을까

들려오는 사모곡이 애처럽다지만
아내가 불러주는 그 노래는 들리지 않고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마저 가버리고
오늘은 작은 냇가 물길따라 흘러가는
나뭇닢새만에 혼자길에 동무일세라

천만번의 그 깊은 인연이라고 하는데
그대와 나는 어이하여 머언길에서 바라보노
갈래길은 여기엔 없었는데
어버이의 깊은 정은 한 없이 깊나니
내 그대의 노래를 들으며 담배연기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