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담 5 -세월

청하 권대욱

수 일간 밝은 태양이 장마의 끝남을 앎인지 드높게 떠올라 작열한다.
어제가 초복이니 이제 삼복의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같다. 오늘은 날이야 아직은 흐리지만 그래도 한 여름인것은 명확하다.
월요일이 어제 같았는데, 주말이 벌써 당도함을 생각하니 세월을 느끼는 것인가?
이 흘러가는 것을 화살처럼 빠르다고 물살처럼 빠르다고 옛 어르신들은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

과연 골짜에에서 보면 그 흘러가는 물살은 정말 빠른것이 사실이다. 그 물살을 어르신들은 세월에 견주어 세월이 그처럼 빠르다고 하셨다.
과연 그러한 것이다.
오늘 날의 이 날들이 흐름은 정말 빠르기가 이루 언설로 표현하기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직장의 어느 동료 분이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속도로 비유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10대 때는 시속 10km 정도로 세월의 흘러감을 느끼고,
20대 때는 시속 20km 정도로, 30대 때는 30km 정도로, 40대 때는 40km 정도로 흘러가고, 기타의 연령때의 나이도 이러한 식으로 흘러간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내 느낌은 그 표현에 더하여 막상은 느낌에는 가속도가 붙어서 요사이는 더욱 빠른 것만 같다.

일주일만 해도 정말 엄청난 속도인것만 같다, 정말 요사이의 세월이 흘러감은 정말 빠른 것이 확연하다, 아니 가속도 마져붙는 것만 같다.
삶의 뒤안길이 자꾸만 그리워지고ㅡ 추억이라는 것에 대하여 부쩍 생각이 많이 들어감도 그런것 같다,

예전 일들이 그립고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고 또한 헤어진지 오래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것이 세월탓인가보다.
세수 할때 바라보는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어리고 풋풋하였던 그 시절의 모습은 어딜가고 없고 중늙이의 모습이 보인는 것같다.

머리는 이미 반백이 된것같다. 이마에 보이는 주름이 하나 둘 늘어기고 휴일날 바라보는 거울속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기관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않는 귀 밑의 흰머리, 그리고 이제는 늘어가는 작은 주름들...
앞 머리에는 특정부문은 아예 나면서부터 하애지는 것만 같다.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 즉 제행무상(諸行無常)이야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터, 그러나 막상은 이렇게 느낄 때는 참으로 내 자신의 모습이지만 안타까운 것이다.

태어난 것은 세월이 흐르면 반드시 서서히 쇠락하고 그리고는 멸한다는 것, 분명한 이치인것을 뻔히 알면서 그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는 나와 주변의 일들을 볼때, 과연 우리는 무슨 어려움을 모르고 있었던것일까?

작은 물질을 영원한 자기의 것으로 하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치를 모르고있어서일까?
금전에 대한 욕심, 이성에 대한 욕심, 자식에 대한 욕심 , 부모에 대한 욕심. 그리고 명예에 대한 욕심. 남의 비난에 대한 욕심등..
이러한 것을 진솔한 속내를 보면 문자 그대로 무상(無常)한 것들이다.

그대로 영원한 것도 일정한 것도 없는 것이다. 높은 산이 그대로 영원히 있을것만 같지만 , 여름날 내린 빗물에 파이고 무너지고 하는 것을 보면, 산도 옛산이 아니고, 어디 그 뿐이랴, 흘러가는 강물 또한 어제의 강물이 아닌것이다.

어느 스님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하셨는데... 냉정한 눈초리로 바라보아야 음미라도 될것같다.
내 육신과 마음만이 무상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한 것이니, 언젠가는 그 무상을 나도 겪꼬, 다들 직접 겪을 것이다.
그러하니 일체가 고라고 하지 않는가?(一切介苦)

그렇다 이러한 것들이 고통인 것이다. 이런 것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알기 위하여 위대한 수도자들은 도를 닦질 않았던가, 태어남도 없는 멸함도 없는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말이다.
하루의 작은 힘든 일도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나의 육신과 마음의 고통에 대한 나의 극복자세는 과연 제대로 된것인가?
현실은 무시하고 미래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조용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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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주를 돌리며* -

청하 권 대욱

동그라니 빛나는
염주를 바라보메
세월의 때도 끼어 있구나.
같이 돌아가던 세월을
이제는 되 찾으리라
상념을 같이하며
한 숨 짖는 염주여

너는 그리고 많은 세월을
인고로 겪어내니
주인은 어디가고
홀로이 도를 노래하누
조용히 바라보메
파인 세 글자
그리고 옴자 하나

너의 도반은 어디로 갔느뇨
세월을 낚으러 갔느뇨
이득한 그길을 홀로이 걸어갔는고
어느곳엔가
그님이 있다는 저 높은 하늘을
치어보며 웃노라

어버이도 없나니
이어지는 끈도 없나니
거미줄 따라 내려간다면
나는 인연을 미워하리라
향수해의 그 바다를 헤엄치며
오늘도 염주 잡은 나그네

나는 찾아가리리
님의 품속으로
이제는 밝은 길을 찾아 보리
봄 찾던 나그네
객창을 하직하고
고향길 뜨락에 핀 꽃을 보듯
나그네길을 이젠 멈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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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속에 머물러 있음에 다른 나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여 옳바른 길을 바라다 보고 걸어야겠다.
저녁에 바라보는 집안의 작은 화단은 이제는 녹음이 짙어 지고, 나팔꽃의 덩쿨은 만들어준 버팀줄을 벗어나서 이제는 담장을 아예
점령하고 아침마다 인사를 한다, 여러가지 색채를 보여주면서 피는 것이 아마도 한 동안 계속될것같다.

강낭콩 덩쿨과는 처음에는 경쟁만 하는 것같았는데 서로 줄기를 휘감고 커가는 양상이다. 같이 옥수수 줄기를 휘감고.
포도 넝쿨을 슬그머니 비켜나서 계속 점령군처럼 행세할 것같다.

옥수수는 빈약한 토양탓인지, 키만 부쩍 크더니만, 처음으로 암술(수염)을 내밀고 한 켠의 다른 그루에서는 엉성하지만 꽃은 낸다.
올가을에는 한송이라도 볼 수 있을 런가? 과욕 인것만 같아 씁슬하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은 줄 알면서 기대하는것도 어리석음의 고통이 아닌가?

강낭콩의 열음(열매,콩)이 실다운 것 같다. 군데 군데 콩깍지를 만들어 주렁 주렁 파란 콩주머니를 달고 자랑을 한다.
올 가을에 풋콩으로 하루 저녁의 만찬을 준비해보아야 겠다. 온통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가 녹아있는 그 열매로 만찬을 준비한다면 정말 보람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포도나 다래는 올해는 열매를 내지 않을 것이니 다만 속살이라도 실하였으면 한다. 광합성이라도 많이하여 에너지를 비축하게 하여주어야겠다.
그래도 그 잎새를 바라보는 마음은 일년생의 식물등 보기와는 다르다. 내년에도 그 줄기에서 새로움을 봄날을 알려주면서 탄생의 신호로 장식을 할 터이니 말이다.

봄을 천만리 헤메면서 찾지 않아도 바로 앞에서 봄을 보여준다는 것, 참으로 좋은 일이고 기쁜일인것이다.
봉선화는 그 억센 경쟁속에서도 몇 포기는 굳건히 버티에 이제 한창 꽃을 피워댄다.. 여러가지 아름다운 색깔들, 예전 같았으면 딸아이들이 손톱에 물을 들일터인데, 이제는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월탓인가?

수년전에는 손톱 물을 들이던 아이들인데, 하기사 이제 처녀티가 나는 녀석들이 그런다는 것도 나 혼자만의 상상에 극한 시켜야 할 것같다.
동심이 사라진 아이들인데, ...

고추다섯포기는 지금도 계속하여 줄기를 분화하고 그 때마다 한송이의 꽃을 낸다. 신기하게도 줄기를 벌릴때 마다 꽃을 피우고 대개가 열매를 만들어준다.
아주 작은 놈 손가락만한 놈, 벌써 나에게 고추장 발림당한 놈도 여럿이다. 덕문에 난생 처음으로 매운 고추를 자연스러이 먹게된것도 올해 농사(?)수확중의 하나이다.

어린녀석들은 올 가을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줄것이다.. 아름다움을 깊이 겨우내내 간직하여 보아야겠다.
메꽃은 나팔꽃의 기세에 억눌림인지 얌전히 자리지킴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자연 발아를 하려는지 궁금하여진다.

단풍나무는 그래도 우리집에서는 제일 귀하신 대접을 받는다. 겨울에는 거실차지요 봄날에는 안빡으로 내왕을 하고, 비가 오면 비맛힘을 하여주기도 하니 그 호사스러움이야 어찌 말로 다하랴, 가을날 우리집을 가장 화사하게 만들 의무가 있길래 녀석은 지금 호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잔가지를 무척 많이 만들고 올해는 아주 예쁜 단풍을 보여줄 것 같다.

고향동네에 300여년을 넘게 살았다는 팽나무 처럼은 아니지만 작은 팽나무 한 그루가, 벚나무와 옆지기를 하여 크고 있다.
벚나무야 꽃피우는 것을 보려함입지만 어째 팽나무는 세월을 만들어가려할 작정도 아닌게 그냥 키워보는 것이다.
그래도 훗날은 늙으막의 친구가 될런지 모르겠다.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사이로 언뜻 언뜻 달님이 보일락 말락한다.
막내아이도 방학하였으니 내일은 같이 나드리나 좀 해야겠다.
무심한 세월에서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점에 선 아이에게 자연의 이치를 잠깐이나 보여주어야 겠다.
지식의 공부야 알아서들 하겠지만 부모의 교육은 이런것이 적당할 것만 같다.

어둠이 깊어가도 잠이 오질 않는 걸보니 무척 더운 날인모양이다...
주말이 이래서 또 깊어가고 깊어가는 것이 세월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2005.7.16 무더운 저녁에
진리여행 청하 권대욱( https://www.woorilife.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