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보고 싶다

          詩.고혜경


빈 들녘을 서성이는
고추잠자리
샤프한 몸놀림에
넋이 나가도록
눈빛을 담가보지만
아직 포근한 정서는 아니다

해안도로를 달릴 때
불멸의 새
눕고 싶은 미련에
보석 같은 눈빛을
하늘에서 건지려 하지만
아직 고독하기에 이르다

먼지도 삼킨 바다의
백발을 바라보면
진실과 사랑을 태운
소박한 그리움에
마음은 야위어
고독 속을 서성이나
아직 열매와 입 맞추기 이르다

감성(感性)이 목말라
애월바다 앞에 서면
한 잔의 포도주 속에 취한
詩를 바라보다
은빛 물결에 쏟아지는
가을이 걸어와 말을 걸지만
아직 가을은 아니다

이 가을
고독의 화살에 가슴 저린
아! 가을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