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우습다./박임숙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흘렀기에
예전의 감정들을
아직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걸까

덧없고 유용해진
첫사랑
그때 그 고백이 시린 가슴에
훈훈한 입김으로 안겨온다.

하찮은 들풀 하나가
새로운 이름을 지어 받고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갑자기
나 자신이 명예롭고
찬란해졌던 우쭐함!

첫 사랑의 황홀한 고백
오래전 내게도
그런 범람의 시간이 있었지.

하! 사랑이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