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 윤 정 덕 옅은 여름 햇살이 한나절을 마저 보내지 못하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어둠이 얕게 엎드린 강가 빗살을 타고 황갈색 가로등 불빛 일렁이면 고색의 벤치엔 어떤 시인 홀로 찾아 오겠지 찟겨진 비망록 몇 장과 펜 다듬다 밀쳐 둔 삼켜버린 말들 앙 다물고 있던 세상 사연들이 터져 주루룩 눈물 엉엉 울음 소리가 날까 눈 아프도록 글을 긁적일 것이다 그러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세상으로 부터 뒷 걸음치다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