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글 / 윤 정 덕

          떨어진 낙엽,
          풀잎 하나라도 쓸어버리지 않고

          가을 빛,
          고스란히 남아 바삭거리는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한때, 당신과 나

          노을 머금은
          강물 위에 시를 띄우며
          낭만 그리고 여유,
          침묵과 사랑을 노래하였으나

          이제는, 홀로,
          스산한 시골 강가에서
          맥없는 황혼 한 자락을 깔고 앉아

          섬뜩한, 침묵의 백지 위에 손을 얹어
          당신의 향기를 향한 긴 편지를 씁니다.

          처음,
          매혹적인 당신을 만나
          절로,
          멋진 사랑을 하는 줄 알았으며

          "사랑까지도"

          남에게 보여주는 사랑과
          욕망만으로
          당신의 육체를 찾았습니다.

          사랑에게로
          망설임 없는 정갈한 육체를 맡겨

          사랑하는
          사람을 속여서는 안 되는데
          당신을 속였습니다.

          마침내,
          사랑, 그 불확실성의 속성과

          나에게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흡입되는 사랑이 싫고

          "만나고 돌아가는 길"

          웬지 모를,
          외로움이 불편하다며
          당신은 이별을 말하였습니다.

          체념해야 하는
          사랑의 운명을 거슬릴
          숙명은 제게 없었습니다.

          이제야,
          세월 한참 지나
          내 몰골 밉게 된 후에야

          사랑은,
          눈으로 시작하여
          마음에서 만들어짐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서
          침묵의 백지 위에
          눈물을 얹어 긴 편지를 씁니다.